1935년, 세계 체스계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에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불패의 챔피언 알렉산더 알레힌이 타이틀을 계속 지킬 수 있을까?"
알레힌은 1927년, 세계 챔피언 호세 라울 카파블랑카를 꺾으며 왕좌에 올랐고, 이후 강력한 챔피언으로 군림해 왔습니다. 그의 플레이는 치밀하면서도 공격적이었고, 체스 보드를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에 맞선 도전자는 네덜란드의 막스 에위(Max Euwe). 그는 수학자이자 논리적인 체스 플레이어로, 알레힌에 비해 화려함은 덜했지만 뛰어난 계산력과 냉정한 태도로 체스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장소: 네덜란드 전역
총 경기 수: 30게임
형식: 승점제로 진행 (15.5점 선취 시 우승)
경기 초반, 많은 사람들은 알레힌의 승리를 점쳤습니다. 그의 공격력은 여전했고, 기물 간 협조도 완벽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알레힌은 초반에 몇 판을 앞서 나가며 여유 있는 리드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변화가 생겼습니다. 알레힌은 연이은 긴장과 술(알코올) 문제로 경기 집중력이 떨어졌고, 에위는 흔들림 없는 자세로 점차 점수를 쌓아갔습니다.
경기 중반부, Game 26~29 구간에서 막스 에위는 2승 2무로 결정적인 승점을 따냅니다. 그는 알레힌의 약점을 정확히 분석하고, 반격이 불가능한 형태의 포지션으로 몰아넣으며 경기 흐름을 지배합니다.
특히 Game 26에서는 알레힌의 실수를 침착하게 짚어내고, 기물 교환을 통해 중앙 장악 후 킹사이드로의 전개를 완성시키는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줍니다.
에위는 역사상 첫 네덜란드 출신 세계 챔피언이 되었고, 이는 최초의 비러시아계 챔피언 교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대국은 단순한 체스 경기를 넘어, 집중력과 체력, 심리전의 중요성을 모두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알레힌은 이후 1937년 다시 에위와 재대결하여 타이틀을 탈환했지만, 1935년의 패배는 전설적인 챔피언에게도 인간적인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1935년 세계 체스 챔피언십은 이변과 전략의 승리로 기록됩니다. 화려함보다 꾸준함과 냉정함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이 대국은, 오늘날에도 체스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깊은 교훈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