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빼빼로가 두려워

2014. 11. 14. 08:27문화의 페이지

 

 

<도서정보>

글 : 박생강(박진규)

정가 : 11,800원

분량 : 256쪽

출간일 : 2014.10.30

국내도서 > 문학 > 소설 > 한국소설 > 한국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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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박생강 장편소설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 어느 날, 심리 상담소를 찾아온 한 소녀. 자신의 연인이 빼빼로를 병적으로 두려워하는 이상 증세가 있다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상담사는 그 ‘빼빼로포비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다. 마침내 문제의 인물과 대면하는 날, 모든 예측을 허물어 버리는 일대 전복이 일어나는데…….


<책속으로>  

가끔은 작가가 현실에서 비현실의 이야기를 찾는 게 아니라 비현실이 슬그머니 찾아와 그의 어깨를 두드린다. ...... 나는 그럴듯한 소설을 쓸 생각이 없다. 대신 그럴듯함과 그럴듯하지 않음 사이에서 꿈틀대는 어떤 자리들을 발견하고 또 찾아보려 애쓰겠다. ......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는 이런 발견들에 대한 소설가 박생강의 첫 번째 보고서이다. _작가의 말 중에서 

「뭐랄까, 막대 과자의 막대 자체가 인간이 의존하고픈 어떤 대상의 상징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_p.107 

「이 시대의 인간은 어쩌면 빼빼로 피플이네. 인간은 태어나기를 딱딱하고 맛없는 존재로 태어났지. 하지만 거기에 자신의 개성이란 달콤한 초콜릿을 묻히지. 타인을 유혹할 수 있는 존재로 특별해지기 위해. 하지만 그 개성의 비율 역시 언제나 적당한 비율, 손에 개똥 같은 초코가 묻어나 불쾌감을 주지 않는 적정선의 비율로 필요하네. 그게 넘어가면 괴짜라거나 변태 취급을 받기 쉽지. 그렇게 이 시대의 인간은 모두 독특한 개성을 추구하는 양 착각하지만 실은 모두 똑같은 봉지 안에 든, 더 나아가, 똑같은 박스 안에 포장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초코 과자 빼빼로와 비슷하다네.」 _pp.145~146 

나는 다시 서재의 불을 켜고 일어났다. 두려움을 견디려면 이야기를 쓰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러자 내가 대학에서 소설 창작 강의를 들었던 까닭은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불안하기에, 불안하니까, 인간에게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_p.181 

「모두들 핑계 대기 위해 만든 날에 불과하니까요.」 
「핑계요?」 
「남자 친구는 여자 친구를 안아 보고 싶다는 말 대신에 빼빼로를 선물하죠. 여자 친구는 남자 친구에게 잘 좀 하지? 라는 말 대신에 빼빼로를 선물해요. 제과업체는 쉽게 돈 벌고 싶다는 말 대신에 빼빼로데이를 홍보하죠. 화장품 가게나 의류업체, 외식업체는 숟가락 좀 얹어 보고 싶다는 말 대신에 빼빼로데이 특별 이벤트를 준비하죠. 그리고 나 같은 솔로는 자신의 외로움을 들키지 않으려 빼빼로데이를 빈정대죠. 언론인들은 자본주의를 비판할 수 있는 만만한 안줏감을 찾아 빼빼로데이를 비난해요. 핑계와 핑계가 풍선처럼 부풀면서 거대한 빼빼로데이를 만들었죠.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봐요. 그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남자 친구에게 빼빼로를 선물하는 일 따위에 별로 고민하지 마세요. 그건 그냥 농담 같은 막대 과자예요.」 _pp.242~243 

《어쩌면 21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 소설은 「빼빼로」가 아닐까? 빼빼로라는 소설이 있기에 어쩌면 사람들은 소설을 읽지 않는 게 아닐까?》 
빼빼로는 문장 아닌 막대 과자로 구성된 과자 상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11월 11일이 가까워 오면 그 과자를 통해 자신이 상상하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건 대개 사랑에 대한 환상이지만, 그 환상은 얼룩지고 음산해지며 종종 우울하게 가라앉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그때뿐이다. 시답잖은 베스트셀러를 읽은 뒤에 던져버리듯 빼빼로데이가 지나면 이내 그 과자는 아무런 의미도 남기지 않는다.


<목차> 

심리 상담사 
스무 살 
시나리오 작가 
면면상고 
인간 혐오자 
시간 강사 
아르바이트생 
은둔자 
막대 과자 여인 
주술사 
과자남 
빼빼로 피플 
짝사랑의 대상 
다리 두 개 
달과 지구 
무무 
소설가 
마들렌 부스러기 
심리 상담사와 스무 살 

작가의 말


<저자소개> 

박생강

저자 박진규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장편소설 『수상한 식모들』로 2005년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내가 없는 세월』『보광동 안개소년』을 발표했다.


작가한마디

거대한 세계를 객관적으로 조감할 깜냥은 없어서 정공법 대신 나는 에둘러 간다. 그래서 서울을 녹인다. 몽상의 손가락으로. 깊은 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으면 어둠이 찾아와 두런두런 귓가에 들려줄 법한 속삭임으로. 잠들기 전 떠올리면 먹먹하고 짠하고 아름답고 우스꽝스럽고 그리운 추억이지만 날이 밝은 후엔 까맣게 잊히는 내가 없는 세월의 이야기를.